[서울=뉴스핌] 정탁윤 기자 =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장기화에 국내 주요 배터리 회사들이 실적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4분기에 3년여 만에 분기 적자를 기록했다. 삼성SDI와 SK온 역시 적자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올해 역시 트럼프 2기 출범과 함께 미국에서의 보조금 축소까지 더해져 실적 반등은 불투명하다. 이에 따라 배터리 업체들은 '마른 수건 쥐어짜는' 심정으로 비상경영 체제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 LG엔솔, 3년여 만 4분기 적자...올해도 실적 부진 지속

10일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4분기 매출 6조4512억원, 영업적자 2255억원의 잠정 실적을 기록했다고 9일 공시했다. 전년 동기보다 매출은 19.4% 줄었고, 영업이익은 적자 전환했다.

배터리 업계가 총출동해 차세대 기술을 선보이는 '인터배터리 2024' 모습 [사진=뉴스핌 DB]

LG에너지솔루션이 분기 적자를 낸 건 지난 2021년 3분기 이후 3년여 만이다. 지금까지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첨단제조세액공제(AMPC) 보조금을 통해 흑자기조를 이어왔다.

주민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계절적 비수기이자 정책 공백기인 1분기까지 실적 부진 지속을 예상한다"며 "상반기 반등의 트리거는 테슬라 신규모델 사전예약 강세, 트럼프 정부의 CATL 규제 강도 강화, 리튬 가격 단기 반등"이라고 분석했다 .

LG에너지솔루션과 함께 삼성SDI, SK온 등 다른 국내 업체들의 영업 적자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SK온의 경우 지난해 2분기 일회성 요인으로 240억원의 첫 분기 흑자를 냈지만, 4분기 다시 적자전환이 유력하다.

◆ 임직원 복리후생 줄이고 대대적 비용 절감..."버티기 돌입"

이에 따라 올해도 배터리 업계 '비상경영'은 지속될 전망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달 20일 이창실 최고재무책임자(CFO)와 김기수 최고인사책임자(CHO) 명의로 직원들에게 메시지를 보내 "회사가 전례 없는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전사 차원의 위기경영을 도입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LG엔솔은 비용 절감을 위해 임원 해외 출장 시 8시간 미만 거리는 이코노미석 탑승을 의무화, 출장 규모를 최소화하고 화상회의도 활성화한다. 일부 신사업 분야 외에는 당분간 신규 증원보다는 내부 인력 재배치를 활용할 계획이다.

앞서 SK온은 지난 7월부터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흑자 전환 때까지 모든 임원의 연봉을 동결하기로 한 바 있다. 임원들에게 주어진 각종 복리후생 제도와 업무추진비도 대폭 축소하고, 해외 출장 이코노미석 탑승 의무화, 오전 7시 출근 등도 지속하고 있다. 지난해 출범 이래 첫 희망퇴직을 실시하기도 했다.

배터리업계 한 관계자는 "전기차 시장이 다시 살아날때 까지 복리후생비나 인건비 등 고정비 부담을 줄이고 물류비 등도 최적화해 기초 체력을 다지는 것 외에 현재로선 특별한 대책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tack@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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