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지 개인전 'Eye See the World- Good After 눈' 포스터. 사진=회사 제공 한수지 개인전 'Eye See the World- Good After 눈' 포스터. 사진=회사 제공

[더스탁=김태영 기자] 씨알콜렉티브(CR Collective)가 2024년 세 번째 전시로 한수지 개인전 ≪Eye See the World- Good After 눈≫을 06월 13(목)일부터  07월 27(토)일까지 개최한다.

한 작가는 지금까지 비트콘드리아가 녹색형광단백질을 품게 된 과정과 이를 통해 비가시적 경로들이 가시화되는 경위, 그 가시화 된 경로들을 살펴보는 데 집중해 왔다. 이번 전시 《Eye see the World-Good After 눈》은 가시화된 이후 세상에 출현한 신종 생물, 그리고 보이지 않던 것들을 보게 되어 변화한 그들의 눈을 탐구하여 세계관을 확장하고 있다.

작가는 평평한 액정 너머 디지털 공간을 가시화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가상의 개체인 비트콘드리아를 통해 밝혀왔다. <Bitchondria(xn,yn,zn), 2021-2022>,《그리드아일랜드》 (서울시립미술관,2022) 에서 거시세계와 미시세계를 넘나들 수 있는 초끈의 특성과 인간이 진화하기에 필수적인 미토콘드리아(Mitochondria)의 특성을 결합시킨 비트콘드리아를 처음으로 소개했다. 비트콘드리아는 디지털과 물질세계를 넘나들 수 있는 다중-디지털 공간을 탐험할 수 있고, 향후 인공지능이 진화하기에 필요한 양자비트(quantum bit)의 특성을 모두 지니고 있는 존재다.

이후 한수지 개인전 《해파리 주스와 비트콘드리아》 (김희수 아트센터, 2023)에서 비트콘드리아는 해파리가 지닌 녹색형광단백질(Green Fluorescent Protein, GFP)* 을 흡수하며 또 한번 진화한다.

무한생식과 무한한 에너지 생산이 가능해졌으며, 비가시적 경로인 시간, 중력, 세포 그리고 데이터의 경로들의 표지 및 추적이 가능해지게 되었다. 경계없이 시공간을 횡단하는 비트콘드리아는 디지털과 자연 사이의 인위적인 간극을 녹이고 각기 다른 객체들과의 동등성에 대해 환기한다. 비트콘드리아가 출현한 세상은 인공적으로 만들어낸 가상의 세계이지만, 전시장 속에서는 실재이다. 그리고 그 세상을 증명할 구체적인 증거들을 디지털 세계의 지도, 비트콘드리아 단면도와 화석 등과 같이 3차원의 객체로 전시장에 소환하여 그의 세상이 실재함을 증명해 왔다.

전시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작가는 진화, 그 중에서도 시각의 확장, 그 변화에 집중한다. <Good After눈 (Good Afternoon, 2024)>** 작업에서 볼 수 있는 눈들은 이전과 다르게 가시화된 영역들의 정보를 최대한 많이 빠르게 흡수하기 위해 진화한 눈들이다. 그래서 동공의 모양이 다양하고, 하나의 눈알에 동공이 둘 이상이거나, 동공 속에 동공이 있는 등 지금껏 존재하지 않았던 안구의 형태를 보인다. 이러한 눈으로 본 화면은 단안의 안구를 가진 현재 인류와는 전혀 다른 이미지와 정보 값을 얻을 수 있다. 이와 같이 보기 환경의 변화는 인식하는 정보의 변화를 불러온다.

또한 작가는 <신종 도감 (Encyclopedia of New Species, 2024)> 작업을 통해 다변화된 생태계를 보여준다. 비트콘드리아가 열어젖힌 새로운 세상의 생물들은 현존하는 지구의 생물과 얼핏 유사해 보이지만, 완전히 다른 능력과 특성을 가지게 되었다. 신종 도감은 작가가 구축한 세계의 사실이고 증거들이다. 생물들의 높은 핍진성은 관객들로 하여금 작가의 세계를 부정 (否定) 할 수 없게 하며, 진실의 다수성 그리고 다중우주를 긍정하게 한다.

인간은 눈의 한계를 넘어 끊임없는 시각적, 지각적 확장을 추구해 왔다. 더 멀리 보기, 더 작은 것을 보기, 투영하기를 넘어서 스마트 안경 등과 같은 다른 차원의 세상을 보기/알기 위해 인간은 매체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한수지 작가는 이러한 매체변화에 따라 데이터와 정보가 움직이는 다른 차원을 보는 눈, 그리고 그 눈의 변화에 주목한다.

비가시적 경로들이 가시화되고 확장된 눈으로 보는 생태계는 전시장 밖 세상과 다른 렌즈로 갈아 끼운 것 처럼 보인다. 이는 지구 내부가 아닌 한 발짝 물러나 다중 우주를 관망하는 경험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여태껏 해온 인간 중심적 보기와 사고를 해체하고 확장된 보기를 시도한다. 이제 전시장을 나서면 이전에 보이지 않던 것들이 가시화될지 모른다. 비트콘드리아 존재 이전과 이후의 세상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