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부정채용과 횡령 등 각종 경영비리로 재판에 넘겨진 하성용 전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대표이사가 항소심에서도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13부(백강진 부장판사)는 8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하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하 전 대표는 1심에서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으나 항소심에서 일부 채용비리 관련 업무방해, 채용청탁 관련 뇌물공여, 골프 비용 관련 업무상횡령 혐의가 유죄로 추가 인정되면서 형량이 다소 늘었다.

장비 원가 부풀리기와 분식회계, 일감몰아주기 의혹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하성용 전 한국항공우주(KAI) 사장. [사진=뉴스핌DB]

재판부는 채용비리와 관련해 1심에서 무죄로 판단한 지원자 A씨에 대해 "서류전형에서 탈락했음에도 내외부 인사에 의해 합격했다고 인정되고 자력으로 합격했을 가능성은 없다고 봤다"며 업무방해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이에 따라 지원자 15명에 대한 업무방해 혐의는 모두 유죄가 선고됐다.

청탁을 받고 고위 공무원 자녀를 KAI에 취업시킨 혐의와 관련해서도 "청탁자는 뇌물로 유죄가 확정됐고 수리온 헬기 사업이라는 직무와 관련해 묵시적 청탁을 받고 뇌물을 공여한 점이 인정된다"며 1심의 무죄 판단을 뒤집었다. 또 내기골프는 영업상 업무의 목적을 넘는다고 보고 1심과 달리 업무상횡령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다만 5000억원대 분식회계와 관련해 "대금지급 기준에 의한 회계처리가 사후적으로 회계기준에 위반된다고 보더라도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피고인들에게 회계분식이나 부정회계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부족하다"며 1심의 무죄 판단을 유지했다.

그러면서 "부정회계가 인정되지 않는 이상 이를 전제로 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 및 배임,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 다른 범죄도 무죄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이모 전 국내사업본부장과 이모 경영지원총괄 상무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은 1심과 달리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KAI를 위해 열심히 업무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사태가 벌어지기는 했지만 부정채용이나 뇌물공여 부분은 죄질이 가볍다고 하기 어렵다"며 "대표부터 실무자에 이르기까지 여러 직책에 종사한 점을 반영해 형을 정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앞서 하 전 대표는 지난 2013년 5월부터 2017년 7월까지 KAI 대표로 재직하면서 분식회계, 납품가 부풀리기, 부정채용 등 경영비리 전반에 관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에 따르면 하 전 대표는 2013년부터 2017년 초까지 자재 출고 조작, 손실충당금 미반영 등을 통해 매출 5358억원과 당기순이익 465억원을 부풀려 회계장부에 기록한 혐의를 받는다.

하 전 대표는 KAI 본부장과 부사장으로 재임할 당시 회사가 보유한 외화를 매도하면서 환율을 조작하거나 노사활성화비 예산을 소위 '카드깡'이나 '상품권깡'으로 현금화해 20억원가량을 빼돌린 혐의, 2013년 10월부터 2016년 10월까지 서류전형에서 탈락한 지원자 15명을 부정 채용한 혐의도 있다.

1심은 공소사실 중 상품권 1억8000만원 임의 사용으로 인한 횡령과 지원자 14명에 대한 업무방해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하 전 대표에게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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