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전미옥 기자 = 신세계L&B가 본업인 와인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한 가운데 신사업으로 하이볼, 뷰티사업을 내세워 눈길을 끈다. 위스키 증류소 건립안을 백지화하고 제주소주를 3년 만에 떼어내는 등 내실 다지기에 방점을 찍은 신세계L&B의 신사업이 기존 본업과의 시너지를 이끌어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L&B는 수제맥주 제조사인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와 손잡고 위스키 에반윌리엄스를 활용한 RTD(Ready To Drink, 즉석음료) 하이볼을 오는 11일 공개한다. 이번 신제품 하이볼은 신세계L&B가 위스키 원액을 수입·공급하고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가 제조 및 유통을 담당한다. 편의점 등 주요 채널을 중심으로 판매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지= 신세계L&B]

에반윌리엄스는 신세계L&B가 국내에 독점 수입해 판매하는 제품으로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이 팔리는 버번 위스키다. 비교적 중저가의 가격으로 하이볼, 칵테일 베이스로 선호되는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해에는 단일 브랜드 기준 신세계L&B 내 최대 매출을 기록한 효자 브랜드로 손꼽힌 바 있다.

여기에 뷰티 사업 등 진출도 검토하고 있다. 신세계L&B는 최근 '와인앤모어 뷰티'상품권을 출원했다. 와인 전문 주류 전문 매장인 '와인앤모어'에서 화장품 등 뷰티 제품을 선보이기 위한 것으로 관측된다. 와인을 주원료로 하는 화장품 개발 등도 거론된다. 특히 '와인앤모어'를 뷰티 뿐 아니라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확장하는 방향을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이같은 신사업은 신세계L&B가 기존 와인 사업 중심의 효율화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한 이후 나온 것이어서 더욱 주목된다. 신세계L&B는 당초 제주소주 공장에 위스키 증류소를 설립해 한국형 위스키 생산을 추진했지만 지난해 말 해당 계획을 백지화했다. 또 최근에는 2021년 흡수 합병했던 제주소주를 3년 만에 다시 물적 분할하기로 했다. 소주 제조업과의 시너지를 꾀했지만 경영효율화로 경영방침을 선회하면서 결국 사업 분리를 결정했다.

에반 윌리엄스 위스키. [사진=신세계L&B]

코로나19 당시 호황이었던 와인·주류 유통사업이 엔데믹 전환 이후 시들해진 영향이다. 지난해 세계L&B의 매출액은 전년 대비 12.5% 줄어든 1806억원을 기록했다. 이 기간 영업이익은 7억원으로 93.8% 감소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RTD 하이볼 등 신세계L&B의 신사업이 주류 트렌드에서 다소 뒤쳐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위스키와 음료를 섞어 마시는 '하이볼' 열풍이 코로나19 기간인 2022년부터 본격화돼 지난해 정점 찍었다고 관측한다. 올해에도 RTD 하이볼 제품이 쏟아져 나오는 등 인기가 이어지고 있지만 신세계L&B의 신제품 하이볼의 경우 생레몬 하이볼, 처음처럼 솔의눈, 우량하이볼 등 최근 이슈 제품 대비 새로움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신세계L&B는 앞서 2022년 발포주 '레츠'를 론칭했다가 저조한 시장 반응으로 2년 만에 철수시켰다. 또 지난해 하반기에는 저도수·무알코올 소주 열풍에 역행해 24도의 고도주인 '킹소주24'를 한정판으로 선보이며 시장 반응을 확인한 바 있다. 그러나 이 또한 별다른 반응을 얻지 못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수입·수제맥주가 빠진 편의점 주류매대를 RTD 하이볼이 채울 정도로 인기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시장 반응 대비 다소 늦은 대응으로 보인다"라며 "기존 하이볼에서 새롭게 변주를 준 제품들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일반 위스키 베이스의 하이볼이 얼마나 소비자 관심을 끌 수 있을지는 지켜볼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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