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뉴스핌] 홍우리 특파원 = 태국 정부의 대마 마약류 재지정이 속도를 내면서 대마 합법화 지지자들의 반대 시위가 거세지고 있다. 일부는 단식 투쟁에 돌입하기도 했다고 방콕포스트가 10일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태국 마약통제위원회(ONCB)는 최근 대마를 마약류 리스트에 재등재하고 의료 및 연구용으로만 대마를 사용하는 방안을 승인했다.

ONCB 승인을 거쳐 관련 법률이 개정되면 내년 1월 1일부터 대마가 다시 마약류로 지정된다. 대마 뿌리와 가지·씨 등은 마약류 재지정 대상에 포함되지 않지만, 향정신성 화학물질을 다량 함유한 대마싹 사용은 제한된다.

마나 시리피타야왓 ONCB 부사무총장은 "대마가 마약으로 재등록되면 승인을 거쳐 의료 목적으로만 사용할 수 있다"며 "향락 목적으로 사용하는 사람은 체포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마 매장은 의료 목적의 판매만 허용하는 새로운 정책에 따라 라이선스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며 "내년 1월부터 시행하기로 한 것은 사업자들이 달라진 정책에 적응하고 새로운 면허를 신청할 수 있도록 유예 기간을 남긴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마의 마약 재지정이 가시화하면서 대마 합법화 지지자들은 반대 시위를 벌였다. 8일 대마 재배 농민과 판매업자를 비롯한 100여 명이 대마 화분을 들고 방콕의 정부 청사를 향해 거리 행진을 했다.

대마 옹호단체인 대마미래(Cannabis Future) 대표들은 정부가 대마의 이점을 조사하기 위한 청문회 개최에 동의할 때까지 단식 투쟁을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시위대는 "규제가 필요하지만 급진적인 정책 철회는 대마 관련 사업에 투자자한 많은 이들에게 피해를 줄 것"이라며 "의학적 용도로만 대마 사용을 허용하면 소수 이익집단만 이득을 볼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대마를 마약으로 재분류하는 것은 재판 없이 형사 판결을 내리는 것과 같다"며 "마약법이 아니라 일반적인 법률로도 대마 사용을 규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세타 타위신 태국 총리는 지난 5월 올해 안에 관련 규정을 개정해 대마를 마약류로 재분류할 것으로 주문했다. 아시아 국가 중 최초로 대마를 합법화한 지 2년 만이다.

태국은 앞서 2018년 대마의 의료용 사용을 허가한 뒤 2022년 6월부터는 대마를 마약류에서 제외하고 가정 재배도 허용했다. 대마 제품이 향전싱성 화학물질인 테트라히드로칸나비놀(THC)을 0.2% 넘게 함유했을 경우에만 불법 마약류로 분류됐다.

[서울=뉴스핌] 태국의 한 음식점에서 판매되는 대마삼겹살. '한국 깻잎'이란 영어 설명과 함께 대마잎이 놓여 있다. [사진=국가정보원] 2024.07.04

hongwoori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