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건설 자잿값 상승과 건설업황 부진 등으로 공사 원가율 부담이 장기화하면서 대형 건설사의 2분기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전망이다.

공사 원가율이 매출액의 95% 수준을 차지하다 보니 건설사가 적정 이윤을 내기 어려운 환경이다. 지방에서 미분양 아파트가 확산하는 것도 사업성 악화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18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와 건설업계에 따르면 대형 건설사의 2분기 영업이익 추정치가 실적 발표를 앞두고 낮아지고 있다.

대우건설은 올 2분기 예상 영업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42.6% 감소한 1248억원이다. 전년과 비교해 실적이 부진한 것도 있으나 3개월 전 예상됐던 실적과 비교해도 영업이익 추정치가 23.7% 낮아졌다. 올해 연간 예상 영업이익은 5326억원이다. 이는 2021년(7383억원) 이후 3년 연속 내림세다.

현대건설은 연결기준 2분기 영업이익 추정치가 1993억원으로 전년동기(2236억원) 대비 10.8% 감소했다. 3개월 전 예상치와 비교하면 5.1% 낮아졌다. 분양물량이 연간 목표치 2만451가구 중 상반기에 5600여 가구에 그칠 정도로 신규 사업에 어려움을 겪었다. 자회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이 부실공사 논란에 휩싸이며 품질 관리비용이 늘어난 것도 악영향을 미쳤다.

DL이앤씨는 2분기 영업이익 추정치가 790억원이다. 이는 전년동기 대비 9.8% 증가한 것이지만 3개월 전 예상실적 대비로는 31.7% 급락한 수치다. 원자잿값 부담 등으로 해외 플랜트부문보다 주택부문의 실적이 악화한 게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상반기 실적을 감안할 때 연간 영업이익 추정치인 4000억원을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아파트 부실공사로 수천억원대 손실을 떠안았던 GS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은 기저효과 영향으로 실적이 전년동기 대비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GS건설의 2분기 예상 영업이익은 848억원, HDC현대산업개발은 557억원으로 3개월 추정치보다 각각 9.5%, 3.1% 증가했다.

이 같은 대형 건설사의 실적 부진은 고공행진 중인 원가율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코로나19 이후 국내 주택사업은 원가율이 95% 수준으로 치솟으면서 적정 이윤을 남기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비사업 조합, 정부 기관 등 발주처에 공사비 증액을 요청하고 있으나 이를 온전히 보존 받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지방에서 미분양 아파트가 확산하는 것도 원가율 부담을 높이는 원인이다. 자체사업뿐 아니라 도급사업이라도 미분양이 늘면 금융비용, 홍보비용, 관리비용 등 사업비가 증가해 시공사의 수익성이 낮아진다. 주택경기 회복 기대감에도 지방 미분양이 늘고 있다. 지난 5월 말 기준 전국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1만3230가구로 전월 1만2968가구 대비 2.0%(262가구) 증가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20%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지난해 7월부터 10개월째 증가세다.

대형건설사 재무담당 한 임원은 "전국적으로 150여개의 건설현장을 시공, 관리하고 있는 상황에서 원가율이 90%를 밑도는 현장이 한 곳도 없을 정도로 공사비용 부담이 상당하다"며 "원가율 및 대출금리가 급격히 낮아지기 어려운 상황에서 지방 미분양 증가세가 계속되면 실적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건설사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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