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두코바니 원전 전경. (사진=한수원)

 

체코 정부가 24조원 규모 원전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한국수력원자력을 선정하면서 대우건설의 해외 수주 전망이 밝아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프로젝트가 대우건설에게 유럽 원전 시장 진출의 교두보가 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 바라카 원전 이후 15년만 대형 원전 수출

19일 산업통상자원부와 대우건설에 따르면 체코 정부는 24조원 규모의 신규 원전 건설 프로젝트의 우선협상대상자로 한국수력원자력이 주도하는 '팀코리아'를 선정했다.

이는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이후 15년 만의 대형 원전 수출이다.

체코 신규 원전 건설 사업은 두코바니와 테믈린 지역에 1,000MW 이하 원전 최대 4기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다.

팀코리아는 두코바니 5, 6호기에 대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으며, 테믈린 추가 2기에 대한 우선협상권도 확보했다.

한국전력기술, 한전KPS, 한전원자력연료, 대우건설, 두산에너빌리티 등으로 구성된 팀코리아에서 대우건설은 시공 주간사를 맡게 된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가격경쟁력과 탁월한 시공능력을 바탕으로 '예산 내 적기 시공(On Time Within Budget)'을 최대 강점으로 내세워 모든 평가분야에서 프랑스를 제쳤다"고 설명했다.  

 

대우건설은 시공 주간사로 두산에너빌리티와 조인트 벤처를 구성해 주설비공사·기기 설치와 각종 인프라 건설 등 시공 전반을 책임지게 된다.

 

두코바니, 테멜린 체코원전 현장 위치. (사진=두산건설)

 

◇ 우선협상 대상자 선정됐지만, 아직 큰 산 남아

팀코리아가 원전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최종 계약 체결까지는 아직 큰 산이 남아 있다.

체코 정부는 최종 계약금액을 향후 협상을 통해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페트르 피알라 체코 총리가 "한수원의 입찰 조건이 모든 기준에서 프랑스전력공사(EDF)보다 더 좋았다"고 밝힌 만큼 최종 계약 성사가 무산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최종 계약은 내년 3월경 체결될 예정이며, 2029년 착공을 계획하고 있다. 

 

신월성원자력 1,2호기 (사진=대우건설)


◇ 원전 건설 '노하우' 앞세워 글로벌 시장 공략

대우건설은 1991년 월성 3·4호기 주설비 공사를 시작으로 30여개의 원자력 관련 프로젝트를 수행해왔다.

특히 2017년 요르단 연구용 원자로 사업을 성공적으로 완료하며 해외 원전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입증한 바 있다.

지난 4월 유럽 글로벌 인증기관으로부터 '원자력 공급망 품질경영시스템'(ISO19443) 인증을 획득한 대우건설은 이를 바탕으로 유럽 원전 시장 공략에 나섰다.

현지화 전략의 일환으로 체코 기업들과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있으며, 폴란드 신규 원전 사업 참여도 추진 중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설계부터 시공, 유지보수, 해체에 이르는 원자력 전 분야에 대한 토털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백정완 대우건설 사장이 28일 두코바니 지역인사들과 면담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대우건설)


◇ 유럽 원전 시장 교두보 확보

국내 관련 업계는 이번 수주를 계기로 원전 생태계 복원에 한층 탄력이 붙을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에너지 안보 강화를 위해 원전 도입을 검토하는 유럽 국가들의 수요와 맞물려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전망이다.

조정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체코 원전 사업은 대우건설에게 앞으로 다가올 유럽과 중동 발주의 원전 사업 시공사로 참여할 수 있는 레퍼런스가 될 것"이라며 "이는 향후 해외 매출 증가로 이어져 기업 가치 상승을 견인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태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EDF와의 1대1 경쟁 구도에서 승리한 이번 수주는 대우건설의 첫 해외 대형 원전 수출 사례가 될 것"이라며 "이는 원전 사업 경쟁력 강화를 통한 기업 가치 상승의 근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대우건설 을지로 사옥 모습. (사진=대우건설)


◇ 당장의 실적 개선은 제한적

대우건설의 2분기 실적은 시장 기대치를 소폭 하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KB증권은 2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 2조6891억원, 영업이익 1242억원을 전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7.8%, 42.9% 하락한 수치다.

강민창 KB증권 연구원은 "주택·건축 부문의 매출 부진과 원가율 상승이 실적 하락의 주요 요인으로 지목된다"고 설명했다.

조정현 IBK투자 연구원은 "체코 원전 사업은 착공 이후 준공까지 6년, 상업 운전까지 6~7년가량 소요될 것으로 예상돼 단기적인 매출 기여도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대형 원전 수주를 통해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실현할 수 있게 됐다"며 "최근 국내 주택시장의 원가율 상승으로 인한 어려움을 고려할 때, 이번 대형 플랜트 수주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자금 흐름 관리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