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스마일게이트)

 

스마일게이트의 신작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로드나인'이 출시 직후 9일 연속 서버 점검과 버그 대란으로 도마에 올랐다.

'비정상의 정상화'를 외치며 등장한 게임은 오히려 '정상의 비정상화'로 이용자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스마일게이트 메가포트 한재영 이사(왼쪽)와엔엑스쓰리게임즈 김효재 PD. (사진=스마일게이트)


◇ 출시 첫날부터 터진 서버 점검…9일간 하루도 안 빠져

출시 첫날부터 '로드나인'은 접속 불가 게임으로 전락했다.

이후 9일 연속 서버 점검의 악몽이 이어졌고, 이용자들은 '게임'이 아닌 '서버 상태 확인'에 열을 올려야 했다.

12일 정오 서비스를 시작한 '로드나인'은 불과 20분 만에 첫 번째 서버 점검의 늪에 빠졌다. 당초 오후 4시까지로 예정됐던 점검은 오후 6시까지 연장됐고, 이후에도 추가 점검이 이어졌다.

결국 출시 첫날에만 9시간 가까이 게임 접속이 불가능한 상황이 발생한고 만 것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서버 불안정과 접속 장애가 단기간에 해결되지 않고 지속됐다는 점이다.

12일 정오 서비스 시작 이후 20일까지 9일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서버 점검은 이어졌다. 점검 시간은 짧게는 1시간에서 길게는 7시간에 달했으며, 이로 인해 이용자들의 불만이 끊이지 않았다.

분노한 한 이용자는 게임 공식 커뮤니티를 통해 "4대 명검을 이긴 무한점검"이라며 '로드나인'을 비판했다. '4대 명검'은 게임사들의 단골 메뉴인 임시, 긴급, 정기, 연장 점검을 빗댄 자조적 표현이다.

다른 이용자도 "고무줄 같은 점검 시간덕에 이를 확인하기(점검이 끝나는 시간) 위해 커뮤니티만 바라보며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고 분노하기도 했다.

논란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9일 연속 점검에도 불구하고, 공지사항에는 15일 이후 19일까지의 점검에 대한 내용은 없어졌다.

이에 대해 한 이용자는 "계속되는 점검이 창피한지 서버 점검 관련 공지사항을 삭제하고 있다"고 비판했으며, 다른 이용자는 "환불 조치를 막기 위해 서버 점검을 숨기는 것 아니냐"라며 의혹을 제기했다. 

 

15일과 20일을 제외한 16일부터 19일까지의 점검에 대한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사진=홈페이지 캡처)


◇ 서버 장애만?…지속된 버그까지

지속된 서버 점검 논란과 함께 '로드나인'은 버그의 백화점으로 변모했다.

경험치 폭풍 상승, 아이템 복사 의혹 제기, 보스 몬스터 즉사 등 게임 밸런스를 무너뜨리는 치명적 오류들이 쏟아졌다.

운영진은 15일 공지를 통해 오프라인 모드 관련 버그를 인정했다. 이 버그로 인해 이용자들이 오프라인 모드를 장시간 유지한 후 해제 시 비정상적으로 많은 경험치와 재화를 획득할 수 있었다.

이후 커뮤니티에서는 아이템 복사와 다이아 복사 의혹까지 제기됐다.

운영진은 "매우 중요한 사항인 만큼 로드나인 개발·운영팀 전원이 전수 조사를 진행했다"며 "결론적으로 어떠한 아이템 및 재화 복사 버그도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해명했지만, 이용자들의 불신은 이미 극에 달했다.

설상가상으로 20일 서버점검 후에는 몬스터 비정상 처치 현상이 발생했고, 이를 통해 비정상적인 아이템 획득이 이루어졌다.

이와 관련 운영진은 "전체 서버를 대상으로 비정상 획득된 아이템에 대한 전수 조사를 진행했고, 해당 아이템의 회수 조치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운영진은 또한 "게임 밸런스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아이템의 경우, 정상적인 거래소 이용을 통해 구매한 이용자들을 고려해 별도 회수조치는 진행하지 않고 정산 다이아만 회수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운영진은 어떤 아이템이 밸런스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판단했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았다.

연이은 버그 발생은 게임의 안정성과 신뢰도에 큰 타격을 줬다. 일부 이용자들은 환불 요청을 인증하기도 했다.

한 이용자는 "게임을 만든 후 제대로 테스트를 거치고 출시한 것인지 의문"이라며 분노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사진=유튜브 캡처)


◇ '착한 과금' 약속과 달리 여전한 과금 구조

'로드나인'은 출시 전 "최근 비슷한 형태로 서비스되고 있는 MMO 게임들이 확률형 아이템에 과도한 투자를 유도하는 등 유저들에게 신뢰를 잃고 있다"며 '비정상의 정상화'를 표방하며 기존 게임들과는 다른 공정한 환경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실제 게임의 비즈니스 모델(BM)은 이용자들의 기대에 크게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임은 배틀 패스, 유료 재화로 운영되는 거래소, 확률형 아바타 등 기존 국산 MMORPG가 가진 대부분의 BM을 차용했다.

특히 '로드나인'의 마일리지 시스템은 사실상 '착한 과금'의 탈을 쓴 또 다른 형태의 과금 유도 장치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게임 내 성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핵심 아이템들을 마일리지로 구매할 수 있고, 이러한 구매에 횟수 제한이 없어 '무제한 성장'이 가능한 구조라는 지적이다.

더욱이 유료 재화인 다이아를 사용할 때마다 10%가 자동으로 마일리지로 적립되는 구조는 '많이 쓰는 사람이 더 빨리 성장한다'는 등식을 만들어내며 이용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실제 일부 이용자들은 마일리지를 획득하기 위한 목적으로 과금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로드나인'의 마일리지 시스템이 '착한 과금'이라는 미명 하에 오히려 더 교묘한 형태의 과금을 유도하고 있다는 비판을 뒷받침하는 사례다.

 

이 같은 마일리지 시스템에 일부 이용자들은 "'비정상의 정상화'가 비정상들 중 정상을 차지하겠다는 거였나"라고 꼬집고 있다.


확률형 아이템인 아바타 뽑기도 마찬가지다. '천장' 개념을 도입해 기간별 1회에 한 해 확정적으로 영웅 등급 아바타를 얻을 수 있게 했다. 이경우 약 33만원의 비용이 소요된다.


하지만 '천장'을 제외한 영웅등급 획득 확률은 0.15%로 아바타 11회 뽑기(3000다이아, 3만3000원)를 기준으로 기댓값을 계산해 보면 200만원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전설 등급 아바타(확률0.01%)를 뽑기 위한 기댓값은 3000만원 가량인 것으로 추정돼, '착한 과금'이라는 약속과는 거리가 먼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편, '비정상의 정상화' 약속의 일환으로 일부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냈다는 평가도 있다. 기존 리니지 라이크 게임에서 흔히 볼 수 있던 인형 뽑기, 캐시 장비 뽑기 등은 '로드나인'에 포함되지 않았다.

 

(사진=스마일게이트)

 

◇ 논란 속에서도 양대 마켓 1위 달성

'로드나인'은 출시 직후 연이은 서버 장애와 버그 논란에도 불구하고, 출시 당일 애플 앱스토어 매출 1위를 달성했다.

이어 출시 6일 만인 18일에는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도 1위 자리에 올랐다.

이는 스마일게이트가 그동안 서비스한 모바일 게임 중 최초로 양대 마켓에서 동시에 1위를 기록한 성과다.

한재영 스마일게이트 이사는 "앞으로도 게이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더 나은 서비스와 재미있는 콘텐츠를 전해 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러한 초기 흥행이 지속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계속되는 서버 불안정과 버그 문제에 대한 논란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이용자들의 이탈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