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조민교 기자 = 티몬, 위메프 정산금 미지급 사태가 지속되자, 추후 국내 이커머스 시장이 재편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신뢰를 잃은 셀러(판매자)들이 대형 채널 위주로 판매를 지속할 것이란 분석에서다. 현재 업계 1위를 달리는 쿠팡과 초저가 가격 경쟁력을 내세운 알리익스프레스·테무로 경쟁이 좁혀질 것으로 관측된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사태 이후 쿠팡과 C커머스(중국 이커머스 업체)로 이커머스 구도가 굳어질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금을 지급받지 못할 수 있다는 위기를 느낀 셀러들이 규모가 큰 대형 채널 위주로만 판매를 지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쿠팡,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로고. [사진=각 앱 캡처]

현재 이커머스 업계는 쿠팡과 C커머스가 각각 1~3위를 차지하고 있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달 종합몰앱 순위는 1위 쿠팡(3129만명), 2위 알리익스프레스(837만명), 3위 테무(823만명), 4위 11번가(712만명), 5위 G마켓(497만명) 순이다. 티몬은 437만명으로 6위, 위메프는 432만명으로 7위다.

쿠팡, C커머스를 제외한 플랫폼은 현재 수익성 과제에 직면해 있다. 11번가는 올해 1분기 영업손실이 195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부터 2번의 희망퇴직을 진행했고, 최근 서울역에 있던 본사도 광명으로 이전한다고 밝혔다.

G마켓 또한 올해 1분기 85억원의 영업 손실을 냈고, SSG닷컴 또한 13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G마켓과 SSG닷컴 모두 최근 수장이 한꺼번에 교체되기도 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번 사태가 이커머스 생태계의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 같다"며 "현재 일간활성자수에 따라 부동의 1위인 쿠팡과 2위, 3위를 휩쓴 C커머스로의 이동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나머지 업체들도 근본적인 변화를 강구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 또한 "티몬, 위메프에서는 오랫동안 그 플랫폼에서 판매를 지속한 셀러들이 대다수"라며 "이번 일로 인해 쿠팡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이고 모기업이 튼튼한 G마켓, SSG닷컴으로도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또 "판매자들은 이동 시 안전성 보장도 중요하지만 기존 온라인몰에 이미 다른 판매자가 자리를 잡고 있어서 본인이 새로 뚫고 들어가 자리를 잡을 수 있는 곳도 고려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뉴스핌] 조민교 기자 = 24일 강남구 티몬 본사 앞. 창문 블라인드가 모두 내려져 있고 불이 꺼져 있다. 2024.07.25 whalsry94@newspim.com

한편, 티몬과 위메프 사태의 파장은 이날까지 지속되고 있다. 정산 미지급 초기에 '7월 말까지 대금 지급을 완료하겠다'는 약속마저 무산되자 화가 난 판매자와 소비자들은 전날 위메프 본사로 찾아갔고, 류화현 위메프 대표는 "반드시 해결하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사태가 커지자 업계에서는 티몬과 위메프가 이번 사안을 해결하더라도 다시 판매자와 소비자 마음을 되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본다. 티몬, 위메프의 보유 현금은 이미 2021년부터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위메프의 지난해 자본총계는 -2440억원, 티몬은 2022년 기준 -6385억원이다. 티몬은 올해 4월 마감이었던 감사보고서도 제출하지 않았다.

전날 티몬 본사 앞에서 뉴스핌 취재진과 만난 판매자 박지만(52) 씨는 "이커머스 업계에서 플랫폼과 10년간 거래했지만 이런 일은 상상도 해본 적 없고 처음"이라며 "6, 7월에 갑자기 현금 사는 사람에게 10% 이상 할인해 주는 등 이벤트를 개최해서 '왜 그렇게까지 하나' 생각했는데 뻔히 (회사 사정이) 어려운 걸 알고 행사를 진행했나 이런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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