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이른바 '대우조선 분식회계 사건'으로 피해를 입은 투자자들이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등을 상대로 낸 소송의 재판이 다시 열리게 됐다.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25일 A씨 등 대우조선해양 투자자 291명이 고재호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 안진회계법인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상고심 선고기일을 열고 92억원의 배상을 인용한 원심 판결 일부를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대우조선해양은 2008년부터 8년간 매출액을 과다 계상하고 매출원가를 낮추는 등 방식으로 분식회계를 저질렀다. 안진회계법인은 이같은 분식회계가 포함된 대우조선해양 감사보고서에 대해 '적정' 의견을 제시했다.

이에 대우조선해양 투자자들은 허위 내용이 기재된 보고서 등 믿고 대우조선해양에 투자했다가 주가 하락으로 손해를 입었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했다.

1심은 원고 일부 승소로 판단했다. 2심도 원고 일부 승소로 판단했으나 인용액은 1심 102억원에서 92억원으로 축소했다. 

당시 재판부는 허위공시일인 2014년 4월 1일 이후 주식을 매수한 투자자의 경우 거래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단하면서도, 허위공시일부터 적자전망 보도 전인 같은해 5월 3일까지 주식 매각이나 주가하락 부분의 손해에 대해선 인과관계 추정이 깨졌다고 보고 이 부분에 대한 손해를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적자전망 보도 다음 날인 5월 4일부터 2015년 8월 21일까지의 주가 하락분 등에 대해서만 손해액이 추정돼 손해배상이 인정된다고 봤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허위공시일부터 적자전망 보도 전까지 대우조선해양의 주가 하락 원인이 허위공시 때문인지 여부가 불분명하다는 정도를 넘어, 허위공시가 주가 하락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거나 다른 용인에 의해 주가가 하락했음이 증명돼 자본시장법상 손해액 추정이 깨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손해액에 관한 추정은 법률상 추정으로, 그 입법취지에 비춰 볼 때 허위공시 이후의 주가 하락이 문제된 허위공시 때문인지 여부가 불분명하다는 정도의 증명만으로는 손해액의 추정이 깨질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해당 기간 동안 대우조선해양의 회계투명성이나 재무불건전성을 드러내는 정보로 볼 수 있는 언론 보도가 있었고, 조선업을 영위하는 다른 회사의 주가 하락 추이와 유사한 점이 있다는 것만으로는 전적으로 대우조선해양의 주가 하락이 회계불투명성이나 재무불건정성과 무관하다는 점이 증명됐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2015년 5월 4일~7월 14일 매각한 주식 또는 주가하락분에 대해선 원심 판단이 옳다고 보고 상고를 기각했다.

해당 기간 언론 보도로 대우조선해양 재무상태의 불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시장에 퍼졌고, 대우조선해양 주가가 동종 업계 타 회사 대비 큰 폭으로 하락한 점 등에 비춰 허위공시와 주가 하락 사이의 인과관계 부존재가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고 본 원심 판단을 수긍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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