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티안(라오스)=뉴스핌]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 일제 강점기 조선인 강제노역 현장인 일본 니가타현 소재 '사도(佐渡)광산'을 유네스코 세계 유산으로 등재하는 것에 한국과 일본이 잠정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27일 인도 뉴델리에서 열리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WHC) 46차 회의에서 등재 여부 에 대한 한·일 간 표 대결 없이 위원국 컨센서스(전원 합의)로 등재될 것으로 보인다"고 26일 말했다.

사도광산의 대표적 유적지인 '기타자와 부유선광장' 모습 [사진=사도금광 홈페이지]

한·일은 그동안 사도광산 세계유산 등재를 놓고 물밑 접촉을 통해 협상을 진행해왔다. 일본은 당초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 대상을 에도 시대(1603~1868년)로 한정해 일제강점기에 이곳에서 조선인 노동자들이 강제로 노동을 했다는 사실을 은폐하려 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한국은 조선인 강제노역을 포함해 '사도광산의 전체 역사'를 반영하면 등재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외교부 당국자 언급 대로 27일 회의에서 표결 없이 등재가 이뤄진다면 '역사의 연속성'을 주장해온 한국 측의 요구를 일본이 일정 부분 수용했음을 의미한다. 이와 관련, 외교부 당국자는 "일본 측이 전체 역사를 반영하겠다고 약속했으며 이를 위한 실질적인 조치를 이미 취했다"고 밝혔다.

일본은 2015년 '군함도'로 널리 알려진 하시마 탄광을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면서 조선인 강제노동을 포함한 전체 역사를 알리겠다고 약속했으나 이를 지키지 않은 전례가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번에는 일본의 이행 약속만 받은 게 아니라 구체 내용에 합의하고 실질 조치를 이끌어냈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그러나 일본이 취한 '실질적 조치'의 내용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았다.

일본 언론도 이날 사도광산 등재 문제를 놓고 협상을 진행해온 한·일 양측이 조선인 노동자 역사를 현지에서 전시하는 데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아사히 신문은 "일본 정부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한·일 관계가 개선되고 있는 점을 감안해 이번 사안에 대해 한국 측에 일정 정도 양보할 방침을 굳혔다"면서 "한반도 출신 노동자 존재를 현지 전시에서 소개하고 세계유산위에서 이 같은 입장을 표명하기로 결정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일본 언론의 보도처럼 사도광산 현지에 조선인 강제노역과 관련된 시설을 설치하기로 했다면 2015년 하시마 탄광 등재 당시 한·일 합의보다 진전된 조치인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일본이 '강제성'을 인정할 것인지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이와 관련 아사히 신문은 "한국 측이 요청하는 '노동의 강제성'을 어떻게 표현할지는 양 정부 간 막바지 조정이 계속되고 있다"고 보도해 이 문제가 마지막까지 쟁점으로 남아 있음을 시사했다.

일본은 2015년 하시마 탄광 세계유산 등재 당시 한국의 동의를 얻기 위해 "많은 한국인과 여타 국민이 본인의 의사에 반하여 끌려와 강제로 일했다"고 인정한 바 있다. 하지만 일본은 등재 직후 "조선인 강제징용은 전시총동원령에 따른 것이므로 불법이 아니며 강제성이 있다고 볼 수 없다"며 말을 바꿔 한국과 국제사회의 강한 비판을 받았다. 실제로 일본은 한국과 유네스코에 약속한 '산업 유산 정보센터'를 현장이 아닌 도쿄에 설치했으며 여기에서도 조선인 노동자 차별 등은 다뤄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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