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우진 기자 = 조지호 경찰청장 후보자가 세관 마약 수사 외압 의혹을 받고 있는 조병노 전 서울경찰청 생활안전부장에 대해 인사 조치를 검토하겠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조 후보자는 29일 오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경찰청장이 되면 인사 조치를 하겠느냐"는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의 질의에 대해 "인사 조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외압 의혹은 지난해 10월 조 경무관이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영등포경찰서 형사과장이던 백해룡 경정에게 전화를 걸어 사건 브리핑 보도 자료에 관세청 관련 내용을 빼라는 취지로 압박했다는 것이다. 조 경무관은 당시 상급 기관 소속이었으나 수사와 무관한 부서에 속해 있었다.

인사혁신처에서 징계 조치를 하지 않고 '불문' 조치를 내린 것에 대해서도 문제 지적이 이어졌다. 용 의원은 "조 경무관이 인사혁신처 중앙징계위원회에서 불문 처분을 받았는데 최근 5년간 유일한 사례이며 감경이 불가능한 사안으로 견책 처분을 받아야 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사건 수사 과정에서 검찰이 인천 세관을 압수 수색하려고 했으나 두 번이나 영장이 반려된 것을 지적하자 조 후보자는 "전반적인 추세가 압수 수색 영장을 제한적으로 발부하는 추세"라고 답했다.

윤석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시절 조 경무관과 함께 일해서 아는 사이가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조 후보자는 "경정 때 같이 일한 적은 있다"면서 "인수위에 잠깐 파견된 것을 이후에 알게 됐다"고 답했다.

[서울=뉴스핌] 최지환 기자 = 조지호 경찰청장 후보자가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4.07.29 choipix16@newspim.com

한편 이날 청문회 시작에 앞서 여야 의원들은 조 후보자 자녀 유학과 오피스텔 매입 등과 관련된 자료 제출을 놓고 공방이 벌어지기도 했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청문회를 여는 이유는 후보자의 자질과 능력을 검증하기 위함이며 자료를 충실하게 제출해야 한다"며 "전임 청장의 인사청문회와 비교해 자료 제출이 턱없이 부실하다"고 비판했다. 이광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후보자가 자료를 제출할 때까지 인사청문회 연기를 요청한다"고 말했다.

반면 여당 의원들은 반박에 나섰다. 조승환 국민의힘 의원은 "인사청문회 제도적인 문제도 있다. 해외에 있는 자녀가 자료 동의 거부하면 자료 받을 방법이 없다"며 "인사청문회에 제출된 자료를 갖고 추정하고 질의해서 답변을 이끌어내는 게 위원들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자료 제출 공방 후에도 야당 의원을 중심으로 조 후보자가 공무 출장 중에 장남 졸업식에 참석한 것과 의경 지원, 차남의 오피스텔 구입과 관련한 질의가 이어졌다.

채현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조 후보자가 2018년 5월 12일부터 20일까지 미국으로 공무 출장을 갔고, 13일 조 후보자 장남이 다녔던 미국 인디애나주 퍼듀대 졸업식에 참석했는데 졸업식 일정에 맞춰 공무 출장을 다녀왔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채 의원은 "공직자면 오얏나무 아래서 갓을 바꿔 쓰지 말라는 말도 있다. 국민 혈세가 투입된 공무 출장을 사적 용무로 쓴 것은 공직자로서 공과 사를 구별하지 못한 것"이라며 "솔직하게 국민들께 죄송하다고 사과하고 향후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 후보자의 장남이 2013년 당시 강원청에서 재직하던 조 후보자와 같은 곳에서 의경으로 복무한 것과 관련한 의혹 공방도 있었다. 윤건영 의원은 "후보자 자제분이 의경 복무할 당시 의경 경쟁률이 15 대 1에서 20 대 1을 기록해 '로또 의경'이라 불렸다"며 "당시 후보자가 의경 담당 과장인데 장남이 같은 지역청 의경으로 근무한 것은 도덕적 해이가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조 후보자는 "담당 과장할 때 자녀가 시험을 본 것이 아니고 아이들이 저한테 상의하지 않아서 몰랐다"고 반박했다.

이어 윤 의원은 조 후보자 장남이 기동1중대에 발령받았으나 본부 소대로 행정병, 운전병, 취사병 등 소위 '꽃보직'에 발령났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조 후보자는 "제 아이가 가자마자 행정본부 간 것은 아니다"며 "논산 훈련소 성적으로 본인 희망에 따라 배치되는데 사격을 못 해서 경기도에 지원했으나 탈락하고 강원도로 온 것"이라고 해명했다.

조 후보자는 차남 오피스텔 구매와 관련한 편법 증여 의혹에 대해 "작은아들이 2년 이상 미국 회사에 근무하면서 1억 가까운 돈을 모아서 고급 승용차를 산다고 해서 아내가 오피스텔 사라고 했다"며 "코로나19 때문에 귀국을 못 해 계약금을 날리게 되는 상태에서 불가피하게 저와 아내 적금을 깨고 빌려주고 이자를 25만 원씩 받았다"고 해명했다.

차용증과 이자소득세 납부에 대한 문제 지적도 있었다. 모경종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차용증을 작성했다고 하는데 분실했고 제출한 차용증은 실제 차용증이 아닌 것인데 이해가 안 간다"면서 이자소득세 납부 여부도 질의했다.

조 후보자는 "처음 작성된 차용증을 분실했다"고 했고 "이자소득세는 인사청문회 준비하면서 사실을 알게 됐고 추가로 납부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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