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스웨덴=뉴스핌] 지혜진 신도경 기자= 22대 국회에서도 청년 세대의 과소 대표 현상은 반복되고 있다.

22대 재적의원 300명을 연령대로 구분하면 20대 0%(0명), 30대 4.7%(14명), 40대 10%(30명), 50대 50%(150명), 60대 100명(33.3%), 70대 1.7%(5명), 80대 0.3%(1명)다. 당선자들의 평균 연령은 56.3세로 5060세대가 과대 대표되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40대 미만 기준 22대 청년 의원은 ▲국민의힘·국민의미래 5명 ▲더불어민주당·더불어민주연합 7명 ▲개혁신당 2명 등 총 14명 뿐이다.

올해 우리나라의 인구 구조가 20대 12.31%, 30대 13.36%, 40대 15.17%, 50대 16.82%, 60대 14.92%, 70대 7.82%, 80대 4.6%인 것을 감안하면 국회 구성과 차이가 크다.

우리 국회의 청년 비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도 최하위에 속한다. 국회의원연맹(IPU)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네덜란드(39.3%) ▲덴마크(34.6%) ▲노르웨이(34.3%) 등은 40세 미만 의원이 30% 이상을 차지한다.

이에 반해 한국은 20대 의원이 한 명도 없고 30대 정치인도 4.7%에 불과한 상황이다. 연맹이 조사한 각국의 40세 미만 의원의 평균 비율인 18.8%에도 못미치는 수준으로 조사대상 155개국 중 142위다.

◆ 12세부터 정치 연합 가입하는 스웨덴..."학교에서 자유롭게 논의"

뉴스핌은 지난달 25일 스웨덴에서 온건당 청년정치연합(MUF, Moderate Youth League)의 칼 구스타브 파이퍼(Carl Gustav Pfeiffer) 국제 비서를 만나 스웨덴 청년들의 정치 활동은 어떻게 이뤄지는지 들었다.

MUF는 온건당을 위한 청년 연합으로 전국적으로 조직돼 있다. 12~30세까지 회원으로 가입할 수 있으며 전체 회원 수는 1만7000명에 달한다. MUF에서 가장 많고 활발한 활동을 하는 연령대는 17~18세로, MUF는 고등학생 비율이 가장 높은 청년연합이다.

파이퍼는 "우리는 보수당의 정책 이념을 받아들이고 젊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자신들의 신념을 전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중·고등학교를 방문하며 청년들과 꾸준히 대화하고 있다. 파이퍼는 "학교에서 정치에 대해 자유롭게 논의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젊은 사람들이 정치에 첫 발을 들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젊은 정치인들이 꿈을 이룰 기회를 주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운영 자금은 대부분 스웨덴 청소년·시민사회청(MUCF)에서 받으며 회비는 연 40크로나(5000원가량) 정도만 낸다. 파이퍼는 스웨덴의 모든 정당이 MUF와 같은 청년 조직을 갖고 있으며, 청년 조직과 정당이 연결돼 있다고 했다.

파이퍼는 "회원 중에는 지방의회에서 일하는 사람, 국회의원이 된 사람들이 있다"며 "30세 이하로 MUF 회원인 동시에 의원직을 맡을 수 있다. 스웨덴 정치계는 전반적으로 젊은 정치인 양성에 긍정적"이라고 전했다.

상대적으로 어린 나이부터 정치 경험을 쌓을 수 있는 만큼 MUF는 걸출한 정치인을 배출했다. 2003년 30대의 나이에 당대표로 선출된 프레드리크 레인펠트(Fredrik Reinfeldt)가 대표적이다.

그는 18세 때 온건당에 입당해 MUF에서 활동했다. 청년위원장을 거쳐 유럽자유연맹청년위원장을 맡았다. 이후 41세에 총리로 취임하게 된 그는 스웨덴 역사상 두 번째로 젊은 총리가 됐다.

현직 총리인 울프 크리스터슨(Ulf Kristersson)도 국회의원, 온건당 대표를 거쳐 총리 자리까지 오른 MUF 회원이다.

파이퍼는 MUF 출신인 이들이 "정당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충분히 이해하고 인간관계, 리더십을 쌓았기 때문에 총리 자리까지 오를 수 있었다"고 평가한다. 또한 "스웨덴은 8개의 군소 정당이 모여 있기 때문에 협업하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스웨덴=뉴스핌] 신도경 기자= MUF 소속 칼 구스타브 파이퍼(Carl Gustav Pfeiffer) 국제 비서와 지난 6월 25일 인터뷰하고 있다.

◆ 청소년도 정당활동하는 '정치 선진국'...정당법·공천에 좌절하는 한국

스웨덴뿐 아니라 독일, 영국 등 서구 국가들도 청소년기부터 정치 활동을 보장하고 있다. 독일의 기독민주당·기독사회당 청년조직인 '영 유니온(Junge Union)'은 14~35세 청년들로 구성돼 있다.

보리스 존슨 전 영국 총리는 보수당의 '젊은 보수당(Young Conservative)' 출신이다. 17~25세까지의 청년 그룹으로 15만명이 넘는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주요국 청년들은 대체로 14~15세부터 정당 활동을 한다. 이에 비해 한국은 정당법에 당원 가입 연령 제한이 있는 국가다. 그나마 2022년 국회에서 정당법 개정안이 통과돼 기존 만 18세 미만에서 만 16세로 제약이 완화됐지만, 여전히 만 18세 미만 청소년은 부모의 허락을 받아야 정당에 가입할 수 있다.

정당 활동에 규제 아닌 규제가 가해진 이유 중 하나는 '교실의 정치화'를 우려하는 시각이다. 학생들이 학업보다 정치에 더 관심을 가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청소년기에 정치에 관심을 갖는 게 부적절하다는 인식이 강하다.

물론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등 우리나라 기존 정당에서도 청년 조직의 활성화를 위해 각각 대학생위원회와 청년위원회를 꾸리고 있다. 다만 대학생위의 경우 대학생이 아닌 청년들은 소외된다는 비판이 있으며, 청년위는 만 45세 미만까지 청년으로 인정해 20·30세대보다 40대의 영향력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정당들은 정치자금법에 따라 매년 경상보조금의 5% 이상을 청년 정치 발전비로 써야 한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이 비용이 청년 정치를 위해 제대로 쓰이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청년국 사무직 당직자 인건비로 지출되는 게 대부분이며, 그외에도 현수막 게첩, 워크숍, 토론회 등 일회성 행사에 사용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한국의 청년 정치인들은 사비를 들여가며 활동을 하는 실정이다. 정당법상 정당은 인원이 제한돼 사무직 당직자 외에는 급여를 줄 수 없다.

민주당 청년위 관계자는 "청년 정치인 육성에 가장 필요한 건 재정적 지원이다. 열정이 있어도 금전적 여유가 없으면 하고 싶은 걸 못한다"며 "좋은 청년들이 당에 유입돼도 선거 때마다 금전적인 이유 내지는 공천에서 선택받지 못해 나가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벽이 너무 높은 공천 과정도 청년들이 넘어야 할 산이다. 각 정당은 선거 때마다 공천의 10%를 청년들에게 할당하겠다고 공언하지만 막상 공천 시기가 닥쳐오면 '경쟁률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공천에서 배제한다.

정치자금법상 전체 지역구 총수의 10% 이상을 39세 이하로 공천할 경우 청년추천보조금을 인센티브로 받을 수 있다. 지역구 283석인 이번 총선의 경우 29석 이상을 청년들에게 분배하길 권장하는 셈이다. 

그럼에도 당장 선거에서의 승리가 중요한 정당으로서는 아직 정치 경험이 부족한 청년들보다 스펙이나 이슈를 끌 수 있는 후보를 선택하는 게 현실이다. 실제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공천한 39세 이하 청년은 4.3%(11명)에 불과했다. 민주당은 이보다 적은 3.7%(9명)만 청년에 할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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