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뉴스핌] 홍우리 특파원 = 인도 시멘트 시장을 둘러싸고 양대 재벌이 격돌했다. 인프라 건설 붐 속 시멘트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시장 주도권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29일 더 이코노믹 타임즈에 따르면 고탐 아다니가 이끄는 아다니 그룹은 2022년 시멘트 시장에 진출한 뒤 업계 판도를 바꾸고 있다.

암부자(Ambuja) 시멘트와 암부자 산하 ACC를 인수하면서 하룻밤 사이에 인도 2위 시멘트 제조 업체가 된 데 이어 최근 시멘트 업체 4곳을 추가로 인수했다.

2028년까지 생산능력을 1억 4000만 톤(t)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제시했으며, 주요 원자재인 석회석 자원 확보를 위해 45억 달러(약 6조 2000억원)를 투입할 것이라는 소식도 전해졌다.

아다니 그룹은 항만·공항 업계에도 진출해 있다. 인도 1위 항구인 뭄바이 항구를 비롯해 13개 항구와 7개 공항을 소유 중으로, 자회사 아다니 포트의 물류망을 통해 시멘트 원자재 운송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아다니 포트는 인도 남서부 케랄라의 환적 터미널에 200만 t 규모의 시멘트 분쇄 설비를 세우고 있다고 매체는 짚었다.

아다니 그룹의 공격적인 행보는 또 다른 재벌인 쿠마르 만갈람 비를라를 긴장시켰다. 쿠마르 만갈람 비를라는 인도 대기업 아디트야 비를라의 창립자로, 아디트야 비를라는 인도 시멘트 업계 1위 기업인 울트라테크의 모기업이다.

울트라테크 역시 지난해 이후 시멘트 기업 인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달 말 190억 루피(약 3141억원)를 들여 인디아시멘트 지분 23%를 인수한 것이 가장 최근의 거래다.

인디아시멘트 인수로 1500만 t의 생산능력을 추가 확보하게 된 울트라테크는 2027년 3월까지 생산능력을 2억 t 이상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아다니는 지난달 펜나 시멘트를 인수한 데 이어 현재 제이피 그룹(Jaypee Group)과 오리엔트(Orient) 시멘트와 접촉 중이며, 이 중 오리엔트 시멘트에는 울트라테크도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시멘트 업체인 사우라쉬트라(Saurashtra) 시멘트와 만갈람(Mangalam) 시멘트, 바드라지(Vadraj) 시멘트, 바갈코트(Bagalkot) 시멘트 등도 인수 대상으로 물망에 올라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이크라(ICRA) 리미티드의 아누파마 레디 기업평가 책임자는 "2800만 t의 자산이 인수합병을 기다리고 있다"며 "업계 주요 플레이어들이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기 위해 계속해서 인수합병에 나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인도 재벌들의 시멘트 경쟁은 수요 증가에 대한 기대감이 촉발했다. 크리실 레이팅스(Crisil Ratings) 자료에 따르면,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추진하고 있는 인프라 사업에는 2026년 3월까지 15조 루피(약 1792억 달러)가 투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공항 및 전력 시설에서부터 도로·다리·터널 건설 프로젝트에 힘입어 시멘트 수요가 급증, 공급을 초과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인도 재벌들의 구미를 자극하고 있다.

다만 공격적인 확장에도 불구하고 아다니가 울트라테크를 넘어서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있다. 기존 생산능력 차이가 상당하고, 추가적인 생산능력 확보에도 울트라테크가 앞서 있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울트라테크가 24%, 아다니 그룹이 14%의 시장 점유율을 보유 중이다.

두 재벌의 지나친 확장 경쟁이 우려스럽다는 시선도 있다. 시멘트 수요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니말 방 인스티튜셔널 이쿼티스(Nirmal Bang Institutional Equities)의 조티 굽타(Jyoti Gupta) 연구 애널리스트는 "지금은 시멘트 수요가 강하지만 4~5년 뒤에는 줄어들 수 있다"며 "인프라 지출이 줄어들고 주거용 부동산이 많이 공급된 뒤에도 추가된 설비용량을 활용할 수 있을 만큼 수요가 충분할 것인지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울트라테크와 아다니 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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