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위메프·티몬의 미정산 사태를 계기로 이커머스 플랫폼의 불합리한 판매대금 정산 관행이 부각되고 있다.

플랫폼에 입점한 소상공인은 판매대금을 두 달 뒤에야 받으며 이 기간동안 6% 대출 이자를 부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정산 주기가 긴 플랫폼에서의 매출 증가는 판매자의 더 많은 자금이 장기간 동안 묶이게 되어 운영의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구조적 문제를 초래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이커머스 플랫폼의 정산 주기가 최대 두 달을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이커머스 플랫폼의 긴 정산 주기, 소상공인 대출 부담 가중

업계에 따르면 이커머스 플랫폼 정산주기 범위는 ▲G마켓 5∼10일 ▲무신사 10∼40일 ▲SSG 10∼40일 ▲쿠팡 30∼60일 ▲티몬 35~70 ▲위메프 37~70일로 파악됐다.

이 가운데 미정산 사태가 발생한 위메프와 티몬은 35일에서 최대 70일에 달했다.

판매대금이 60일 뒤에나 지급되는 정책으로 인해 소상공인들은 대출 상품을 사용해야 했다.

실제로 긴 정산 주기를 가진 플랫폼에 입점한 소상공인들은 제품과 서비스를 판매한 후에도 정산이 이루어지기 전 자금난을 해결하기 위해 연 6%의 이자를 부담하며 은행에서 선정산 대출을 이용하고 있었다.

선정산 대출은 전자상거래 플랫폼에 입점한 판매자가 정산되지 않은 판매대금을 대출 형태로 먼저 받고 정산일에 은행이 이커머스로부터 정산금을 받아 자동으로 상환하는 방식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알파경제에 “이커머스 플랫폼의 긴 정산 주기로 인해 판매자들이 그 기간 동안 대출을 이용하게 된다”면서 “선정산 대출은 신용 기반으로 제공되며 금리는 보통 5~6% 수준으로 책정된다”고 설명했다.

현재 주요 시중은행 중 이커머스 플랫폼 입점업체를 대상으로 ‘선(先)정산 대출’ 상품을 제공하는 은행은 KB국민은행, 신한은행, SC제일은행 등이다.

이들 3개 은행이 지난해 취급한 이커머스 플랫폼 입점업체의 선정산 대출 총액은 1조2300억 원을 초과했다. 

 

(사진=연합뉴스)


◇ 정산 주기 긴 플랫폼, 매출 확대 시 자금 유동성 문제 초래

올해 상반기 동안 취급된 선정산 대출은 7500억 원에 달한다. 그러나 업체들이 수시로 선정산 대출을 받고 상환하는 과정이 반복되기 때문에 지난해 말이나 올해 6월 말 기준 대출 잔액은 약 700억 원 규모다.

소상공인들이 대출을 통해 자금난을 버티는 동안 이커머스 플랫폼은 판매대금을 두 달 간 보유하며 예금 이자 등의 수익을 취하고 있다.

이커머스를 통해 화장품을 판매하는 이모 씨는 “언론에서 최대 두 달이라고 보도되고 있지만 실제 플랫폼의 정산 주기는 최대 세 달까지도 본다”고 언급했다.

그는 “배송 완료 후 소비자의 구매 확정이 이루어진 시점부터 두 달이 소요되기 때문에 그동안 자금이 묶여 은행뿐만이 아닌 플랫폼에서 제공되는 선정산 대출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그러면서 “정산 주기가 긴 플랫폼에서의 매출 확대는 결국 판매자의 더 많은 자금이 묶이는 형태의 정산 시스템이다” 지적했다.

롯데마트와 이마트를 포함한 대기업 유통사는 '대규모유통업법'에 따라 판매대금 정산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을 따른다.

그러나 이커머스 플랫폼에는 이러한 정산 및 대금 보관과 사용에 관한 법적 기준이 없다.

이로 인해 이커머스 플랫폼이 수백억 원의 판매대금을 정기예금에 예치해 이자를 얻는 동안 판매자들은 대금 정산을 기다리며 대출에 의존해야 했다. 

 

(사진=연합뉴스)

◇ 이커머스 업계 재편 신호탄 될까

유통업계에서는 자금력이 충분하고 지급보증을 제공할 수 있는 대기업 및 흑자기업에 판매자들이 집중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쿠팡과 네이버가 사실상 주도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쿠팡이 24.5%, 네이버가 23.3%의 시장을 각각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마켓 옥션 SSG닷컴의 시장점유율이 10.1%로 그 뒤를 이었으며 ▲11번가 7% ▲카카오 5% ▲롯데온 4.9% 순이다.

쿠팡, 네이버, 지마켓 옥션 SSG닷컴(신세계그룹), 11번가(SK그룹) 등 1위부터 6위까지 모두 대기업이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쿠팡, 네이버, 카카오를 제외한 대부분의 이커머스 업체들이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쿠팡과 네이버의 시장 지배력 강화가 더욱 두드러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커머스 전체 시장 점유율에서는 쿠팡이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으나 오픈마켓 기준으로 보면 네이버쇼핑이 42.4%로 가장 높고 쿠팡이 15.9%로 뒤를 잇는다.

미래에셋증권 임희석 연구원은 “큐텐은 판매자와 소비자 신뢰를 잃은 이상 이용자 이탈은 불가피하다”며 “7조원 수준의 큐텐그룹 총거래액(GMV)은 경쟁 오픈마켓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