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지난 27일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열린 제31차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강조한 북·러 간 군사협력에 관한 우려가 의장성명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번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의장국인 라오스는 남북과 한·미·일·중·러 등 27개국이 참석한 ARF의 결과물인 의장성명을 30일 오후 아세안회의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라오스 비엔티안의 국립컨벤션센터에서 지난 27일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회의 장면 [사진=공동취재단] 2024.07.31

성명은 한반도 정세와 관련,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등 미사일 발사 실험이 급증한 것에 엄중한 우려를 표시하고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고 역내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는 우려스러운 전개"라고 지적했다.

성명에는 회의에 참석한 많은 장관들이 한반도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핵폐기(CVID)'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관련 결의를 완전히 준수할 것을 촉구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같은 내용은 예년 ARF 의장성명의 한반도 관련 문안과 비슷한 수준이다. 앞서 25일 열린 아세안외교장관회의(AMM)의 공동성명에도 같은 내용이 포함됐다.

하지만 이번 ARF에서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많은 비중을 두고 강조했던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협력에 대한 우려와 규탄은 의장성명에 포함되지 않았다. 조 장관은 당시 회의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에 대한 우려와 함께 "북한이 러시아와의 협력을 통해 더욱 심각한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러·북간 불법 군사협력은 동북아와 전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어느 정도 예상됐던 일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앞서 지난 27일 외교부 고위 관계자도 ARF가 끝난 직후 기자들과 만나 "러시아와 북한이 당사자로 회의에 참석했기 때문에 의장성명에는 각국의 입장이 어느 정도 균형 있게 포함될 수밖에 없다"면서 "의장성명에 이 내용이 반영될 가능성이 많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ARF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부 장관은 최근 한·미 공동 핵 계획 발표를 강하게 비난하고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한·미의 군사협력 활동이 역내 안정을 해치고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공동성명에는 이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다. 또 북한 대표로 회의에 참석한 리영철 라오스 주재 북한대사가 회의 내내 미국을 강하게 비난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 내용 역시 성명에 들어가지 않았다.

미·중이 강하게 대립했던 남중국해 분쟁에 대해서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일부 장관들이 신뢰를 약화하고 긴장을 고조시키며 역내 평화와 안보, 안정을 훼손하는 토지 매립 등의 활동과 심각한 상황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고 밝혔다. 다만, 성명은 중국이나 미국, 필리핀 등 특정 국가를 명시하지는 않았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서는 '주권, 정치적 독립성, 영토 보존에 대한 존중 재확인'과 '유엔 헌장과 국제법을 준수' 등의 표현이 담겼고, 가자 지구 전쟁에 대해서는 "인도주의적 상황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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