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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산그룹 3사 사업재편 논란에 대해서) 주주들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부족했고, 주주들과 더욱 소통해 나가겠다”


두산에너빌리티, 두산밥캣, 두산로보틱스 등 두산그룹 3개사는 4일 사업구조 재편에 따른 합병 논란에 대해서 대표이사 명의로 이 같은 내용의 주주서한을 전달한다.

임시주주총회 참석 대상 주주 명부가 확보되는 오는 5일 서한 발송을 개시할 예정이며, 이에 앞서 각 사 홈페이지에 먼저 서한을 게재했다.

대표들은 주주서한을 통해 각사가 처한 사업환경과 미래전망 등을 설명하고, 사업재편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박상현 두산에너빌리티 대표 (사진=연합뉴스)


◇ 박상현 대표 “사업구조 재편, 현금 1조 확보로 미래가치 높여갈 것”

박상현 두산에너빌리티 대표는 "체코 원전에 이어 폴란드, UAE, 사우디, 영국 등의 신규 원전 수주도 기대되며 향후 5년간 체코를 포함해 총 10기 내외의 수주를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SMR(소형모듈원전) 사업에 대해서도 "최근 AI를 위한 전력 수요의 유력한 대안으로 대두되면서 회사가 수립한 5년 간 62기 수주 목표를 대폭 초과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신기술 확보 및 적시의 생산설비 증설을 위해 현금 확보와 더불어 추가 차입여력 확보가 매우 중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두산밥캣과의 사업재편을 통해 ▲차입금 7000억원 감소 ▲비영업용 자산 처분을 통한 현금 5000억원 확보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차입과 현금 확보 등을 통해 총 1조원 수준의 신규 투자여력이 발생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의 배당수익 감소와 관련 박상현 대표는 사업구조 재편을 통해 확보한 1조원을 미래 성장동력에 투자할 경우 더 많은 이익 창출이 가능하다고 반박했다.

그는 "양사는 주식교환 완료 이후 신속히 합병해 하나의 회사로 운영될 것"이라며 "기존에 보유하던 자사주 이외에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로 취득하게 되는 자사주를 전부 소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까지 실시해 온 배당정책을 통합법인이 승계해 배당규모를 유지하고 통합법인의 사업적 성과를 기반으로 적극적인 '밸류업' 방안을 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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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 ‘밸류업’ 기조 역행…”오너일가 주머니만 채워” 불만 폭주

앞서 두산그룹은 사업구조 재편을 발표하면서 일반 투자자들의 불만이 치솟았다.

사업구조 재편 시도가 정부의 ‘밸류업’ 기조에 역행하는 동시에 오너일가의 주머니만 채운다는 지적이 컸기 때문이다.

이번 지배구조 개편안의 핵심은 두산에너빌리티에서 두산밥캣을 떼어내 두산로보틱스로 흡수시키는 것이다.

현재 두산에너빌리티 자회사인 두산밥캣을 인적분할한 뒤 두산로보틱스와의 합병 및 포괄적 주식교환을 거쳐 100% 완전자회사로 만든다는 것이다.

문제는 알짜 계열사인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와 합병하자, 주가에 영향을 미쳤다. 두산로보틱스 주가는 상승한 반면, 두산에너빌리티는 하락했다. 요동치는 주가처럼 일반주주들의 반발도 거셌다.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밥캣의 일반주주들은 이번 지배구조 개편으로 득을 본 것은 두산그룹 오너일가뿐이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실제 지주사인 두산의 지분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두산에너빌리티(30%)에서 높은 두산로보틱스(68%)로 두산밥캣을 옮기게 되면, 두산밥캣에 대한 두산의 지분율도 14%에서 42%로 높아지게 된다.

여기에 주식 교환비율마저 불공정하다며 불만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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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거버넌스포럼·경제개혁연대, ‘선택 강요 받는 날벼락’ 두산 비판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논평을 통해 “두산밥캣 일반주주들은 매출 규모가 두산밥캣의 183분의 1인 530억원에 불과하고, 무려 192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두산로보틱스와 같은 기업가치로 주식을 바꿔야 하는 충격적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좋은 회사인데 주가가 낮다고 생각해서, 결국 본질가치를 찾아갈 것이라고 믿고 오래 보유하려던 수많은 주식 투자자들이 로봇 테마주로 바꾸던지 현금 청산을 당하던지 양자 선택을 강요 받는 날벼락을 맞는 상황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두산밥캣의 지배권을 이전하는 방식이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경제개혁연대도 논평을 통해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밥캣 일반주주 입장에서 가장 유리한 지배권 이전 방식은 가격 협상을 통해 두산밥캣 지분을 두산로보틱스에 직접 매각하는 방식”이라며 “두산에너빌리티 이사회는 두산로보틱스에 두산밥캣 주식을 직접 인수할 것을 요구했어야 하며, 두산밥캣 이사회는 주식 교환이 아닌 공개매수의 방법을 통해 두산밥캣 잔여 지분을 매입할 것을 요구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두 회사의 이사회는 이 방법을 선택하지 않았고, 일반주주의 이익보다는 그룹의 이익에 충실했기 때문”이라며 “특히 사외이사들은 독립이사로서 회사와 주주에게 무엇이 최선인지 고민하기보다는 그룹에서 하달한 방식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