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기락 기자 = 피해망상으로 인해 자신이 졸업한 고등학교의 교사를 찾아가 흉기로 살해하려다 그친 제자에 대해 대법원이 징역 13년을 확정했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살인미수 혐의로 원심에서 징역 13년을 선고받은 유 모씨에 대한 상고심을 지난달 11일 열어 판결을 확정하고 상고를 기각했다.

유씨는 지난해 8월 4일 대전 대덕구의 한 고등학교에 침입해 40대 교사 B씨를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하려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칼에 찔린 B씨는 병원으로 이송돼 응급 치료를 받았고, 8주 이상의 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유씨는 2011년 3월 해당 학교에 입학해 2014년 졸업했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앞서 유씨는 2021년 6월경부터 대전의 한 병원에서 우울장애로 통원치료를 받았다. 수사 기관 조사 결과, 그는 2022년 8월경 "고등학교 재학 시절 교사들이 피고인의 뺨을 때리거나 발목을 잡아 끌고, 단체로 피고인의 집을 찾아와 피고인과 누나를 성추행하는 등 괴롭혔다"는 피해망상 증세를 보이기도 했다.

그 무렵 유씨는 누나와 모친 등 가족들에게 자신의 피해망상이 사실인지 확인하는 한편, 대전교육청 홈페이지의 '스승찾기' 서비스를 이용해 모교 교사들을 검색하며 범행을 계획했다.

1심 재판부는 유씨에게 징역 18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조현병으로 인해 피해자가 학창시절 자신을 괴롭혔다는 피해망상에 빠져 위험한 물건인 식칼을 미리 준비하고 피고인이 근무하던 학교까지 찾아가 피해자를 수차례 식칼로 찔렀다"고 질책했다.

2심 재판부는 유씨에 대해 징역 1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자필 항소이유서 및 반성문을 통하여 '피고인은 수감 중 계속하여 약물 치료를 받고 있고, 피해자에 대한 증오나 복수심을 갖고 있던 것은 피해망상이었으며, 사실 피해자는 자신을 따뜻하게 대해주셨던 분이다. 은혜를 원수로 갚았다'라고 진술했다"며 감형 이유를 설명했다.

대법도 원심 판결을 정당하다고 봤다.

대법은 "피고인의 연령·성행·환경, 피해자와의 관계, 이 사건 범행의 동기․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기록에 나타난 양형의 조건이 되는 여러 가지 사정들을 살펴보면,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정상을 참작하더라도 원심이 피고인에 대하여 징역 13년 등을 선고한 것이 심히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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