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삼성그룹의 부당합병 및 회계부정 의혹으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항소심 첫 재판에서 검찰이 1심의 무죄 판결을 뒤집기 위해 삼성바이오로직스(로직스)의 분식회계를 사실상 인정한 행정소송 판결을 반영한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다.

서울고법 형사13부(백강진 부장판사)는 30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회장과 삼성 전·현직 임원들의 항소심 1차 공판을 열었다.

[서울=뉴스핌] 이호형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부당합병·회계부정' 항소심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4.09.30 leemario@newspim.com

이날 공판은 피고인 출석 의무가 있는 정식 재판이어서 이 회장 등 피고인들은 지난 5월 항소심이 시작된 이후 처음으로 법정에 나왔다. 이 회장은 생년월일과 주거지를 묻는 재판부의 인정신문 절차 때만 답한 뒤 재판 내내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지난 7월 검찰의 공소장 변경 신청에 대해 "회계부정 등 기본적 사실관계를 넓게 잡으면 포섭되고 원심에서 나타났거나 충분한 변론 대상이 돼 방어권 침해 여지가 없어 보인다"며 허가했다.

앞서 검찰은 형식적 이사회 결의를 통한 합병 거래 착수 및 업무상 배임, 의결권 확보 목적의 삼성물산 자기주식 전격 매각, 주주 설명자료 등 허위정보 유포, 삼성바이오에피스(에피스)의 나스닥 상장 관련 허위 추진 계획 공표 등 10개 부분에 대한 경위를 일부 변경하거나 구체화하는 내용의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다.

재판부는 다만 검찰이 지난 27일 추가로 신청한 공소장 변경에 대해서는 양측 의견을 듣고 추후 결정하겠다고 했다.

검찰은 로직스의 2015년 지배력 상실 회계처리가 회계기준 위반에 해당한다는 내용의 예비적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달 24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 과정에서 로직스가 일부 회계처리 기준을 위반했다며 사실상 고의 분식회계 의혹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놨다.

당시 법원은 "로직스는 구 삼성물산의 합병일이 2015년 9월 1일이었기 때문에 지배력 상실 시점을 그 이후로 검토했다"며 "특정한 결론을 정해 놓고 이를 사후에 합리화하기 위해 회계처리를 하는 것은 로직스에 주어진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검찰은 해당 판결을 토대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 과정에서 부정행위가 이뤄졌다는 점을 입증할 예정이다.

이날 로직스·에피스 전자정보와 관련한 검찰과 변호인단의 공방도 이뤄졌다.

앞서 1심은 검찰이 2019년 5월경 압수한 로직스 18테라바이트(TB) 용량의 백업 서버와 에피스 네트워크 결합 스토리지(NAS·Network Attached Storage) 서버 등에 대해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로 유죄의 증거로 쓸 수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참여하에 분식회계 등 범죄 관련 자료를 선별했고 압수수색 절차가 위법하게 진행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심은 추출한 전자정보들을 위법수집증거로 판단했는데 이는 중대한 오류"라고 주장했다.

반면 변호인은 "별도의 선별 절차 없이 저장된 파일 일체를 압수했고 당시 서버에 있던 의료정보, 인사정보, 급여정보 등 지극히 개인적인 자료도 모두 압수됐다"며 압수수색 절차가 위법하다고 맞섰다.

앞서 이 회장은 안정적인 경영권 승계와 그룹 지배력 강화를 위해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부당하게 관여하고, 회계방식 변경을 통해 제일모직 자회사였던 삼성바이오로직스의 4조5000억원대 분식회계에 관여한 혐의 등으로 2020년 9월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이 당시 부회장이던 이 회장이 삼성물산 지분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도록 이른바 '프로젝트 G'라는 승계 계획안을 만들어 각종 부정행위를 저질렀고 이 과정에 이 회장이 관여했다고 봤다.

그러나 1심은 "이 회장의 경영권 강화 및 삼성그룹 승계만이 합병의 유일한 목적이라고 단정할 수 없고 합병에 사업상 목적이 존재한다"며 이 회장을 비롯한 피고인 전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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