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뉴스핌] 홍우리 특파원 =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가 '조건 없는 휴전' 가능성을 시사했다.

헤즈볼라가 동맹인 하마스에 대한 공격을 중단할 때까지 계속 싸우겠다던 기존 입장에서 물러나 레바논 휴전 조건으로 가자지구의 휴전을 언급하지 않았다고 로이터 통신이 9일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헤즈볼라 2인자인 나임 카셈은 전날(현지시간) 영상 연설을 통해 "나비 베리 레바논 국회 의장의 '전제 조건 없는' 휴전 노력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그는 "베리 의장이 휴전이라는 명목으로 주도하는 정치적 활동을 지지한다"며 "휴전이 성사되고 외교의 장이 열리면 다른 세부 사항이 논의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카셈의 발언이 가자지구 휴전 없이는 군사 활동을 멈추지 않겠다던 헤즈볼라의 기존 입장 변화를 의미하는 것인지는 불분명하지만, 휴전 협상에 여지를 둔 것이라고 로이터는 해석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레바논 정부 관계자는 "시아파가 주로 거주하는 레바논 남부에서 피란민이 대거 발생하는 등 이스라엘 공습에 따른 압력을 견디기 어려워지자 헤즈볼라가 입장을 수정한 것"이라고 매체에 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카셈의 이날 발언에 앞서 레바논 정치권이나 헤즈볼라 내부에서도 헤즈볼라가 휴전 가능성을 타진할 수 밖에 없다는 언급이 이어지고 있다. 헤즈볼라가 이스라엘의 공세를 감당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레바논 정치인 술레이만 프란지에는 "우선 순위는 이스라엘의 공세를 중단하는 것"이라고 말했고, 헤즈볼라 집행위원회의 마흐무드 크마티도 이란 국영 TV에 "레바논에 대한 침략을 중단한 후 정치적 해결책을 검토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미국 역시 헤즈볼라가 휴전을 거론한 것은 그만큼 타격을 받았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매슈 밀러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휴전을 거론한 것은 헤즈볼라의 입장이 불리해진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다만 실제로 휴전 협상이 이루어질지는 미지수다. 헤즈볼라가 입장을 전환한 것이라고 명시적으로 밝히지 않은 데다 이스라엘도 외교적 해법에는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카셈 역시 구체적인 휴전 추진 계획은 밝히지 않으면서 "적(이스라엘)이 전쟁을 계속한다면 전장이 결말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3일(현지시간) 레바논 남부 한 지역에서 이스라엘 전투기 폭격으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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