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을지로 케이뱅크 본사 모습. (사진=케이뱅크)

 

국내 첫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가 기업공개(IPO) 두 번째 도전에서도 좌절됐다.


수요예측 부진으로 IPO를 철회한 케이뱅크는 내년 초 재도전을 예고했지만, 업비트 의존도와 고평가 논란 등 난제 해결이 과제로 떠올랐다.

◇ 수요예측 부진에 IPO 결국 또 철회…"공모 구조 개선 후 재도전"

케이뱅크는 지난 18일 수요예측 결과를 토대로 IPO 철회를 결정했다.

당초 이날 공모가를 확정하고 21~22일 일반 청약을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기관투자자들의 냉담한 반응에 계획을 전면 수정했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총 공모주식이 8200만주에 달하는 현재 공모구조로는 성공적인 상장을 위한 충분한 투자 수요를 끌어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상장 과정에서 받은 기관투자자의 의견과 수요예측 반응을 토대로 공모구조 등을 개선해 내년 초 다시 상장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수요예측에 참여한 대다수 기관투자자들은 희망 공모가 범위(9500원~1만2000원) 중 하단 가격인 9500원 또는 이보다 낮은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기관들은 주당 9000원대도 비싸다고 판단해 수요예측에 불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금감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위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업비트 의존도 논란에 금융당국도 '주목'

케이뱅크의 IPO 철회 배경에는 업비트 의존도에 대한 우려가 자리 잡고 있다.

지난 17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이강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케이뱅크의 업비트 단일예금이 20% 수준인 상황을 지적하며 "일반적인 상황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또 "케이뱅크가 올 반기에 854억원가량의 이익을 냈다"며 "케이뱅크에 대한 대한 업비트 예치금 비중이 20% 수준으로, 예치금 3조8000억원의 연 2.1%를 예치금 이용료로 주게 반기 수익인 되면 867억원을 다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케이뱅크가 독자 생존이 가능한지 의구심이 든다. 특정인과 특정기업의 사금고가 될 가능성도 있다"며 업비트 거래 단절시 '뱅크런' 가능성에 IPO에 성공하더라도 투자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 의원은 "이런 형태로 케이뱅크가 IPO에 성공을 한다면, 이는 잠재적 위험 행위이고 사실상 시한폭탄이나 마찬가지"라며 "은행이 정상화 된 이후에 IPO를 해도 늦지 않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에 대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케이뱅크의 IPO 적정성 논란과 업비트 의존도 지적에 대해 "IPO 과정에서 투자자 보호 이슈나 적절한 공시 이슈, 은행 건전성은 매우 중요해 둘 다 잘 챙겨보겠다"며 "제기된 문제점들을 면밀히 검토하고, IPO 진행 과정을 세심하게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케이뱅크 측은 총 등록 사용자 중 업비트 사용자 비중은 2021년 12월 말 59%에서 올해 6월 말 45%로 14%포인트 감소했고, 전체 예금에서 업비트 예금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같은 기간 53%에서 17%로 크게 줄었다고 해명했다.

또 '뱅크런' 우려에 대해 케이뱅크 관계자는 "업비트 예수금 같은 경우, 보유정산 자산으로 잘 운영되고 있다"며 "고객 예수금이 안정적으로 보유되고 있는 만큼 '뱅크런' 우려는 없다"고 설명했다.
 

최우형 케이뱅크 은행장. (사진=케이뱅크)


◇ 증권가 "케이뱅크 기업가치 고평가"

증권가 일각에서는 최대 5조원의 몸값을 목표로 상장을 추진하는 케이뱅크의 기업가치가 고평가됐다고 지적한다.

케이뱅크는 희망 공모가 범위를 9500원~1만2000원으로 제시했다. 이는 2024년 반기 기준 PBR(주가순자산비율) 1.69~2.13배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케이뱅크 측은 카카오뱅크와 함께 미국의 Bancorp, 일본의 SBI Sumishin Net Bank 3사의 PBR 평균인 2.56배를 적용해 기업가치를 산정했고, 여기에 7.06%~26.42%의 할인율을 적용해 공모가 범위를 도출했다.

그러나 DB금융투자 정광명 연구원은 "비교 기업으로 선정된 인터넷은행들의 PBR이 국내 상장 인터넷은행보다 상당히 높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카카오뱅크의 10월 8일 기준 PBR은 1.62배 수준으로, 케이뱅크 공모가 하단 기준 PBR보다 소폭 낮다.

국내 대표 금융주인 KB금융도 PBR은 0.62배 수준으로, 신한지주,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역시 각각 0.52배, 0.45배, 0.36배로 PBR이 1을 넘지 않는다.

케이뱅크의 공모 구조 자체도 투자자들의 우려를 샀다.

이번 공모 규모는 총 8200만주로, 상장 직후 유통 가능 물량이 37%에 달했다. 공모 물량의 절반가량은 기존 주주의 구주매출(신주모집 4100만주, 구주매출 4100만주로 구성)로 구성되어 있다.

 

구주매출은 자금이 기업에 유입되지 않고 기존 투자자들에게 돌아가는 특성 때문에, 회사의 실질적인 자본 확충 효과가 제한적이다.

정광명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최대주주인 비씨카드가 30.4%, 5% 이상 주주인 우리은행이 10.95%, 1% 이상 주주가 31.45%, 공모주주가 19.68% 등으로 구성된다"며 "최대주주 지분 30.4%에 대한 의무보유 기간은 6개월이고, 상장 직후 유통 가능 물량은 37.3%다"고 설명했다.

 

이는 일반적인 IPO 대비 높은 수준이다. 이에 상장 후 주가 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케이뱅크는 지난 15일 IPO 기자간담회에서 공모 물량에 대해 문제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시장의 우려를 완전히 해소하지는 못했다.

여기에 케이뱅크의 수익성 지표가 경쟁사인 카카오뱅크에 크게 뒤처진다는 점도 투자자들의 우려를 샀다.

나민욱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케이뱅크의 2023년 기준 ROE는 0.7%로, 카카오뱅크의 6.0%에 크게 못 미친다"고 분석했다.
 

최우형 케이뱅크 은행장 등이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에서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강병주 CMO


◇ IPO 철회…자본 확충 '먹구름'

IPO 철회로 케이뱅크의 대출 성장 전략에도 제동이 걸렸다.

케이뱅크는 IPO를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기업 대출을 확대하려 했으나, 이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정광명 DB금융투자 연구원은 "구주매출대금과 발행제비용을 제외하고 공모가 하단인 9500원을 기준으로 공모를 통해 조달될 예상 순수입금은 3847억원"이라며 "이 중 2997억원을 자본적정성 확보를 위한 운영자금으로 활용할 계획이다"라고 설명했다.

최우형 케이뱅크 행장도 지난 15일 간담회에서 "상장으로 들어오는 신규 자금은 올해 출시한 사장님 담보대출 재원으로 주로 쓸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IPO 철회로 신규 자금 조달이 불투명해지면서 대출 확대 계획도 재검토가 불가피해졌다.

결국 케이뱅크는 내년 IPO 재도전을 위해 여러 과제를 해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업비트 의존도 완화, 수익성 개선, 적절한 공모가 산정 등을 통한 투자자 신뢰 확보가 필요하다고 평가한다.